호르무즈發 에너지 쇼크, 세계를 흔들다
이란이 2월 28일 미·이스라엘의 공습에 맞서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봉쇄하면서 세계 원유 공급의 20%가 차단됐다. 하루 통과 선박은 역사적 평균 138척에서 5척 이하로 급감했고, 브렌트유는 4년 만에 처음으로 100달러를 넘어 106달러까지 치솟았다. IEA가 사상 최대 규모인 4억 배럴의 비축유 방출을 결정했지만, 이는 정상 통과량의 고작 20일치에 불과해 시장의 불안을 잠재우지 못했다. 한국·중국·일본·인도 등 아시아 국가들이 이 해협을 통해 수입 원유의 절대다수를 조달하는 구조상, 봉쇄 장기화는 아시아 전체의 에너지 안보 위기로 직결된다.
이란 전쟁이 3주째 접어들면서 글로벌 투자자들이 주식·채권을 팔고 현금으로 이동하는 속도가 코로나19 충격 이후 가장 빠른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에너지 가격 급등은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는 동시에 성장을 억누르는 '스태그플레이션형 충격'으로 작용해, 주식도 채권도 안전하지 않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호르무즈 완전 봉쇄 1개월을 가정할 때 유가에 최대 배럴당 15달러의 추가 위험 프리미엄이 붙는다고 추산했다. 전쟁이 길어질수록 중앙은행들은 금리 인하도, 인상도 쉽지 않은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호르무즈 봉쇄로 촉발된 금융시장 불안이 영국 모기지 시장까지 강타했다. 대출 기관들이 신규 금리를 대거 올리고 일부 상품을 시장에서 철수시키면서, 신규 모기지 차입자의 연간 상환 부담이 단 2주 만에 788파운드 급증했다. 에너지 충격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재점화 우려가 영국은행(BoE)의 금리 인하 시기를 뒤로 밀어내는 데다, 채권 시장 변동성까지 가중되면서 장기 고정금리 상품의 조달 비용이 치솟은 결과다. 이는 이란 전쟁이 단순한 에너지 문제를 넘어 선진국 가계의 실질 구매력을 직접 잠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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