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發 에너지 쇼크, 세계를 재편하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5주째, 세계 원유·LNG 공급의 약 5분의 1이 차단된 상태가 지속되면서 아시아 각국 정부는 단기 대책으로 석탄 발전 제한을 잇따라 해제하고 있다. 한국은 석탄 발전 상한(80%)을 풀었고, 일본도 3월 27일 노후 석탄 발전소의 풀가동을 허용했다. 대만은 폐쇄했던 원전 재가동 계획을 전격 발표했으며, 필리핀은 2032년 원전 도입 로드맵을 확정했다. LNG 가격은 전쟁 이전 대비 60% 가까이 뛰었으며, 카타르 LNG 수출 능력의 약 17%는 최대 5년간 복구 불가 판정을 받았다. 한국 전문가들은 에너지 수입 의존도 94%인 한국이 호르무즈를 통해 원유의 70%, LNG의 20% 이상을 들여오는 구조적 취약성을 안고 있다고 경고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월 26일 이란 에너지 시설 폭격 위협을 다시 4월 6일로 연기했다. 주식시장이 흔들릴 때마다 입장을 번복하는 패턴이 반복되면서, 시장에서는 '트럼프는 항상 물러선다(TACO)'는 학습 효과가 자리잡았다. 그러나 이번은 다르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호르무즈를 재개통시키려면 군사적 돌파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골드만삭스는 호르무즈 흐름이 정상의 5% 수준에 머물 경우 4월 중순 이후 브렌트유가 2008년 사상 최고치(배럴당 147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경고했다.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전쟁 기간 중 약 0.5%포인트 올라 4.4%에 달하며,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를 잠식하고 있다.
미국이 이란전쟁으로 중동에 묶인 사이, 중국은 경제·외교 양면에서 실익을 챙기고 있다. 베이징은 지난 한 달간 고위급 전화 외교와 특사 순방을 통해 이란·이스라엘·사우디아라비아·이집트를 동시에 접촉하며 '평화 중재자' 이미지를 구축했다. 동시에 전쟁 전 중국은 비축 목적으로 원유 수입을 16% 늘렸고, 약 120일분의 전략 비축유를 확보해 단기 에너지 충격을 흡수하고 있다. 다만 중국은 호르무즈를 통해 원유의 약 45%를 수입하는 구조적 취약성을 안고 있어, 전쟁 장기화 시 GDP 성장에 하방 압력이 가해질 수 있다. 반면 중국 전기차·태양광 기업 주가는 화석연료 대안 수요 급증을 반영해 상승세를 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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