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불길, 세계 경제를 태우다
이란-미국·이스라엘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 통과 선박이 하루 100척 이상에서 5척 미만으로 급감하며 글로벌 원유 공급의 약 20%가 막혔다. 미국 내 휘발유 가격은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처음으로 갤런당 4달러를 넘었고, 디젤은 전쟁 이후 45% 급등한 5.45달러를 기록했다. BCA리서치는 4월 중순까지 하루 공급 손실이 현재의 두 배인 약 1,000만 배럴에 달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은 원유의 70%를 중동에서 수입하고 있어 가장 직접적인 피해권에 놓여 있다. 3월 31일 코스피는 4.26% 하락한 5,052에 마감했고, 원/달러 환율은 2009년 이후 최저 수준인 1,529원대까지 떨어졌다.
WTO가 1998년부터 유지해온 디지털 전송 무관세 협정(모라토리엄)이 3월 31일 0시를 기해 처음으로 효력을 잃었다. 카메룬 야운데 각료회의에서 미국은 영구 연장을, 브라질은 2년 연장을 고집하며 협상이 결렬됐다. 당장 자동으로 관세가 부과되는 것은 아니지만, 각국이 소프트웨어 다운로드·클라우드·스트리밍에 세금을 매길 법적 문을 열었다는 점에서 글로벌 빅테크에 구조적 위협이 된다. 미 무역대표부(USTR) 그리어 대표는 "WTO는 미래 무역 정책에서 제한적 역할만 할 것"이라며 양자 협정으로 선회를 예고했다. 이란 전쟁으로 이미 흔들린 다자무역 체제에 또 하나의 균열이 생겼다.
미국 향신료 회사 맥코믹이 유니레버의 식품 사업부(헬만스·크노르 등)를 약 449억 달러에 인수한다고 3월 31일 공식 발표했다. 유니레버 주주들은 합병 후 회사 지분의 65%를 보유하며, 유니레버는 157억 달러의 현금을 수령한다. 이번 거래는 유니레버가 뷰티·생활용품 집중 전략을 가속화하는 동시에 전 세계 식품 가공 시장을 단 하나의 브랜드 아래 통합하는 '빅푸드 재편'의 연장선이다. 에너지 전쟁으로 식품 생산·물류 비용이 동반 급등하는 시기에 규모의 경제를 갖추기 위한 포석이기도 하다. 다만 합병 발표 직후 맥코믹 주가는 6%, 유니레버도 4% 하락하며 투자자들의 우려를 반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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