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이 흔드는 세계 경제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3월 20일 이란산 원유 1억4천만 배럴에 대한 30일짜리 제재 면제를 전격 발동했다. 자국이 전쟁 중인 적국의 석유를 풀어 유가를 잡겠다는 이 조치는,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되며 세계 원유 공급의 20%가 차단된 상황에서 미국이 쓸 수 있는 카드가 바닥났음을 보여준다. 재무장관 베센트는 이 물량이 기존에 중국으로 흘러가던 것이었다며 "이란의 배럴로 이란을 압박한다"고 표현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1억4천만 배럴이 전 세계 하루 소비량의 1.5일치에 불과해 단기 처방에 그칠 것이라고 경고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군사작전 '종료 검토'를 시사했으나, 이란은 이를 "시장 심리전"으로 일축하며 거부했다.
영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3월 20일 4.93%를 돌파하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5% 선을 위협했다. 이란 전쟁 개전 이후 15거래일 동안 금리가 68bp나 급등한 것으로,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영국이 인플레이션 재가속 우려를 고스란히 채권 시장에서 맞고 있는 것이다. 영란은행은 근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도 "새로운 충격으로 인해 단기 인플레이션이 높아질 것"이라고 인정했고, 시장은 올해 금리 인하 가능성을 사실상 0%로 보고 있다. 블룸버그는 길트 금리 상승으로 재무장관 레이브스가 재정 완충분 £3억(약 5조 4천억 원)을 이미 날렸다고 추산했다.
이란 전쟁 충격이 한국에 가장 직접적으로 전달된 지점은 외환·에너지 시장이다. 한국은 원유의 약 70%를 중동에서 수입하며 그 대부분을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들여오는 구조 탓에 에너지 공급 쇼크에 극히 취약하다. 코스피는 개전 이후 한때 16% 이상 급락하며 3월 4일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고,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형주도 에너지 비용과 헬륨 공급 차질 우려에 동반 하락했다. 한국 정부는 1조 원 규모 시장안정화 조치와 UAE 추가 원유 확보(1,800만 배럴), 그리고 30년 만의 유류세 상한제를 가동하며 방어에 나섰다.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스태그플레이션 리스크가 한국 경제를 가장 깊숙이 파고들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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