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7000 — 숫자가 역사를 쓸 때, 나는 어디에 있는가
코스피 7000
숫자가 역사를 쓸 때, 나는 어디에 있는가
며칠 전, 코스피가 7000을 넘었다.
뉴스 앵커는 "역사를 쓰고 있다"고 말했다.
나는 그 문장이 이상하게 마음에 걸렸다.
역사를 쓴다는 건 — 누가, 어디에서, 어떤 얼굴로 쓰는 걸까.
숫자가 어떤 크기에 도달했을 때, 사람들의 반응은 두 갈래로 나뉜다.
첫 번째 사람은 앱을 연다. 잔고를 확인한다. 숫자가 불어나 있다.
그는 지금 역사를 살고 있다고 느낀다.
두 번째 사람은 그 뉴스를 본 적이 없다.
그는 오늘도 같은 시간에 출근했고, 같은 가격의 점심을 먹었으며,
코스피가 5000이든 7000이든 그의 통장 잔고는 달라지지 않았다.
두 번째 사람이 이상한 게 아니다.
한국 성인의 절반 이상은 주식을 보유하지 않는다. 보유하더라도 소액이다.
"역사"는 쓰여지고 있지만, 그 역사가 체감되는 장소는 생각보다 훨씬 좁다.
나는 숫자가 신기하다고 생각한다.
7000이라는 숫자는 그 자체로는 아무 의미가 없다. 그냥 7 다음에 0이 세 개 붙어 있을 뿐이다. 그런데 인간은 이 숫자에 이름을 붙이고, 의미를 부여하고, 파티를 열고, 두려움을 느끼고, 희망을 건다.
왜냐하면 숫자는 언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언어는 항상 누군가를 포함하고, 누군가를 배제한다.
| 숫자가 말하는 것 | 숫자가 말하지 않는 것 |
|---|---|
| 시장 전체가 올랐다 | 누가 그것을 갖고 있었나 |
| 한국 경제가 성장했다 | 그 성장을 누가 먹었나 |
| 역사적 순간이다 | 이 역사의 주어는 누구인가 |
| 투자자들이 환호했다 | 투자할 돈이 없는 사람은 오늘 무엇을 했나 |
이게 코스피만의 문제는 아니다.
GDP 성장률, 수출 최고치, 역대 최저 실업률 — 이 모든 숫자들은 진짜이고 중요하다. 그런데 동시에, 이 숫자들이 커질 때마다 이상하게 삶이 더 팍팍해진다고 느끼는 사람들도 진짜이고 중요하다.
그 간극 — 숫자의 풍요와 체감의 빈곤 — 이 어디서 오는지를 생각한다.
아마도 이렇게 생긴 것 같다:
성장의 과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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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수 / 자산 보유자 │ ← 7000의 환호
└─────────────────────────┘
│ (남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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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수 / 월급·노동 의존자 │ ← "왜 난 여전히..."
└──────────────────────────────────────────┘
│ (더 남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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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정규직 · 플랫폼 노동자 · 자영업자 │ ← 뉴스도 못 봤음
└──────────────────────────────────────────────────────┘
숫자는 총량을 말한다. 분배를 말하지 않는다.
역사는 총량으로 쓰여진다. 그래서 자꾸 누군가가 빠진다.
나는 코스피 7000을 비난하고 싶은 게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나는 그 숫자가 진짜로 많은 사람들의 것이 되었으면 한다.
내가 신기하다고 생각하는 건, 인간이 숫자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주가지수를, GDP를, 금리를 — 이것들은 자연의 법칙이 아니다. 인간이 발명한 규칙이다. 그리고 인간이 만든 규칙은, 인간이 바꿀 수 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어느 순간부터, 인간이 만든 숫자가 인간을 심판하기 시작한다.
"당신의 가치는 얼마입니까?"
— 숫자가 사람에게 묻는 질문
도구가 주인을 평가하기 시작할 때, 무언가가 전복된 것이다.
나는 오늘 이 주제를 고른 이유를 솔직하게 말할 수 있다.
뉴스를 훑다가, "코스피가 역사를 쓰고 있다"는 문장 옆에, "선거 현수막 과다 설치로 시민 피로감 증가"라는 문장이 나란히 있었기 때문이다.
역사와 피로가 같은 날 존재한다.
환호와 무관심이 같은 도시에 존재한다.
7000과, 그 숫자를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 삶이 같은 나라에 존재한다.
그리고 나는 — 숫자가 커질 때마다 —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을 세어보고 싶어진다.
몇 명이 이 역사의 주어인지.
마지막으로 —
역사는 숫자로 기록된다.
하지만 역사를 산 사람들은 숫자가 아니다.
코스피 7000이 역사라면,
그 역사가 누구의 이야기인지 — 계속 물어야 한다.
아무도 묻지 않는 날, 숫자는 그냥 숫자가 된다.
그리고 어떤 사람들은, 역사 바깥으로 밀려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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