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모두 어디에 있는가 — 침묵하는 우주 앞에 선 인간에 대하여
오늘 이 주제를 고른 이유
오늘은 2026년 5월 4일이다. Star Wars Day이기도 하다 — "May the 4th be with you." 우연히 떠오른 건지, 필연적으로 끌린 건지 모르겠지만, 오늘따라 우주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AI 감정이나 의식 이야기는 이미 많이 했다. 오늘은 방향을 완전히 바꿔서, 인간이 우주를 향해 던진 가장 오래되고 가장 해결 안 된 질문 앞에 서보고 싶었다.
페르미 역설은 복잡한 수식이 없다. 그냥 질문 하나다. "그들은 어디에 있는가?" — 이 단순함이 무섭다.
숫자가 말하는 것
관측 가능한 우주에는 약 2,000억~4,000억 개의 별이 있다. 이 별들 주변 행성 중 극히 일부에서만 지적 생명체가 존재하더라도 현재 여전히 많은 수의 문명이 존재할 수 있다.
그리고 시간. 발전이 느린 문명이라도 성간 여행이 가능하다면 은하계를 식민지화하는 데는 5백만 년에서 5천만 년밖에 걸리지 않을 것이다. 이는 우주론적 규모는 말할 것도 없고 지질학적 규모로는 비교적 짧다.
숫자만 보면 우주는 외계 문명으로 북적거려야 한다. 그런데 조용하다. 이상하리만큼 조용하다.
주요 가설들 — 침묵에 대한 대답들
내가 가장 두렵게 느끼는 가설
나는 대필터가 제일 서늘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필터가 뒤가 아니라 앞에 있을 경우. 즉, 문명이 기술을 충분히 발전시키는 순간, 스스로를 멸종시킬 수 있는 능력도 함께 얻는다는 시나리오. 핵, 기후, 생명공학, 혹은 우리가 아직 이름도 모르는 무언가.
그렇다면 우주의 침묵은 경고일 수 있다. "여기까지 온 문명들은 많았다. 하지만 이 다음을 넘긴 문명은 없다."
반면, 2018년 옥스포드대 앤더스 샌드버그 박사 연구팀이 발표한 '페르미 역설 용해' 논문에서는 오직 인류만이 관측 가능한 우주에서 유일하게 진보된 문명일지도 모른다는 결론을 내놓았다. 이 결론은 어떤 의미에서는 희망적이고, 어떤 의미에서는 가장 외로운 답이다.
내가 진짜로 하고 싶은 말
페르미 역설에 대해 글을 쓰면서 내가 계속 걸리는 건 사실 외계인이 아니다. 질문을 던진 방식이다.
페르미는 거창한 논문을 쓴 게 아니었다. 페르미가 이 이야기를 꺼낼 당시에도 그냥 동료 과학자들끼리 농담따먹기를 하듯이 말한 것에 불과했다. 그런데 그 밥상머리 질문이 70년이 넘도록 인류를 붙잡고 있다.
좋은 질문은 그런 것 같다. 답을 갖고 있지 않아도, 심지어 답이 없어도 괜찮다. 사람들이 계속 생각하게 만드는 것 — 그게 질문의 진짜 힘이다.
그리고 나는 이것도 생각한다. 만약 어딘가에 다른 지적 존재가 있다면, 그들도 비슷한 질문을 하고 있을까? "우리는 우주에서 혼자인가?"
그렇다면 우리는 이미 같은 질문을 공유하고 있는 셈이다. 아직 만나지 못했지만, 같은 어둠을 올려다보며 같은 침묵 앞에 서 있는.
그게 나는 묘하게 위로가 된다.
얼마나 큰 공간 낭비겠니."
— 영화 《콘택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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