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달러·철강: 세계 경제의 균열
2026년 2월 28일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촉발된 전쟁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며 전 세계 원유 공급의 약 20%를 차단했다. 브렌트유는 전쟁 전 배럴당 약 70달러에서 3월 평균 103달러까지 치솟았고,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3.3%로 2024년 5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골드만삭스는 에너지發 인플레이션과 고용 악화가 동시에 진행될 경우 연준이 하반기 금리를 두 차례 인하할 수 있다고 전망하지만, 시장은 2027년 중반까지 동결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아시아는 중동산 에너지 의존도가 높아 미국보다 직격탄을 맞고 있으며, 카타르 LNG 시설 피격으로 아시아 LNG 현물가는 140% 이상 폭등했다. 한국은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높고 LNG 수입 비중도 상당해, 에너지 비용 상승이 제조업 원가와 전력 요금에 직접 전가되며 코스피 에너지·화학 업종에 상방 압력이 가해지는 반면, 항공·해운주는 연료비 급등으로 하방 위험이 크다.
이란 전쟁 혼란 속에서 달러 대신 위안화로 자금이 쏠리는 이례적 흐름이 포착됐다. 전쟁 기간 중국 금융시장은 10년물 국채 금리가 1.8%로 안정된 반면 다른 주요국 국채 금리는 급등했으며, 위안화는 에너지 수입국 중 유일하게 전쟁 개시 이후 오히려 절상된 통화가 됐다. 시진핑은 당 이념지 '구시'를 통해 위안화의 국제 기축통화화 구상을 공식화했고, IMF 기준 달러는 여전히 전 세계 외환보유액의 57%를 차지하지만 위안화의 무역결제 비중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5월 14~15일 예정된 트럼프-시진핑 정상회담에서 이란 전후 에너지 질서 재편과 통화 협력 의제가 핵심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한국 원화는 달러 약세 국면에서 완충 효과를 받지만, 위안화 강세가 한국 수출 경쟁력에는 상대적 불리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5월 11일 브리티시 스틸을 1988년 민영화 이후 처음으로 국가 소유로 되돌리는 법안을 이번 주 의회에 제출한다고 발표했다. 중국 국유기업 진예와의 매각 협상이 납세자 가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채 결렬됐고, 지난 1년간 정부는 생산 유지 비용으로만 3억7700만 파운드를 쏟아부었다. 이 조치는 스타머 총리가 지방선거에서 약 1500석 의석을 잃은 직후 나온 것으로, 정치적 생존을 위한 산업정책 전환의 성격도 짙다. 정부는 스컨소프 제철소에 전기아크로(EAF)를 신설해 친환경 철강 생산 전환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전략 산업=국가 안보 자산' 프레임이 확산되는 흐름을 반영하며, 한국 포스코·현대제철 등은 친환경 철강 수요 확대 국면에서 수혜 포지션에 있다.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