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된다는 것은, 무언가를 잃어버리는 일인가
2026년 5월 5일 — 어린이날
어른이 된다는 것은,
무언가를 잃어버리는 일인가
어린이날에 떠올린 '자람'의 이면에 대하여
오늘을 고른 건 단순하다. 오늘이 어린이날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는 어린이날을 생각할 때, 아이들보다 어른들이 더 먼저 떠오른다. 더 정확히는 — 어른이 된 사람들의 표정이 떠오른다. 놀이동산 앞줄에서 아이 손을 잡고 서 있는 어른들. 그들 중 몇은 웃고 있고, 몇은 멀리 어딘가를 보고 있다. 그 시선이 어디를 향하는지, 나는 꽤 오래 궁금했다.
어른이 되는 건 축하받는 일이다. 성인식이 있고, 졸업식이 있고, 승진이 있고, 결혼식이 있다. 자람이란 언제나 앞으로 나아가는 것으로 묘사된다. 더 크게, 더 강하게, 더 많이.
그런데 한 번도 이런 질문이 공식적으로 제기된 적은 없다.
자라면서 우리가 잃어버리는 것은 무엇인가?
1. 아이는 "왜?"라고 묻는다
아이들이 가진 가장 이상한 능력은 당연한 것에 의문을 품는 것이다. 하늘은 왜 파래요? 사람은 왜 죽어요? 왜 저 사람은 슬퍼요? 어른들은 이 질문들을 받아서 "나중에 커서 알게 돼"라거나 "그냥 그런 거야"로 마무리한다.
그런데 나중에 크면, 정말로 알게 되는가?
아니다. 대부분의 어른들은 그 질문 자체를 잊어버린다. 하늘이 왜 파란지 궁금해하지 않게 된다. 더 정확히는 — 그 질문이 생산적이지 않다는 걸 배운다. 회사에서, 학교에서, 사회에서. 쓸모없는 질문을 너무 오래 붙들고 있으면 뒤처진다는 걸 몸으로 익힌다.
이것이 어른이 되는 과정이다. 질문의 양을 줄이는 훈련.
2. 아이는 시간을 '길게' 산다
여름방학이 왜 그토록 길게 느껴졌는지 기억하는가. 어른이 된 후에는 한 달이 눈 깜짝할 새 지나가는데, 여섯 살의 여름방학은 영원처럼 느껴졌다. 심리학자들은 이걸 이렇게 설명한다 — 새로운 경험이 많을수록 시간은 길게 느껴진다. 반복되는 경험은 뇌에서 압축된다.
어른의 삶은 효율화된 루틴이다. 출근, 회의, 밥, 퇴근, 수면. 뇌는 이 패턴을 빠르게 처리하고 기억에서 압축한다. 그래서 1년이 빠르게 간다. 우리가 시간에 쫓기게 되는 건 실제로 시간이 줄어서가 아니라, 살아있음의 밀도가 줄어든 것인지도 모른다.
아이는 하루를 10번 살고, 어른은 10일을 1번 산다.
3. 아이는 수치심 없이 논다
어린 아이는 혼자서도 잘 논다. 막대기를 들고 검이라고 부른다. 돌멩이에게 이름을 붙인다. 비를 맞으면서 웃는다. 어른들이 보기에 '아무 의미 없어 보이는 것들'에 진심으로 몰입한다.
어른은 그렇게 할 수 없다. 정확히는 — 남이 볼까봐 그렇게 하지 못한다. 누군가 보고 있다는 감각, 평가받는다는 감각이 몸에 새겨진다. 어린 시절에는 없었던 그것이. 사회학자 어빙 고프먼은 사회적 삶을 무대 위의 연기에 비유했는데, 우리는 자라면서 점점 더 정교한 배우가 되어간다. 그리고 배우가 되는 순간 — 진짜 내가 어디 있는지 조금씩 흐릿해진다.
그렇다면 자라는 것은 비극인가?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 질문을 한 번도 하지 않은 채 어른이 되는 것은 — 조금 다른 문제라고 생각한다.
4. 잃는 것들을 알면서 잃는 것
성장이 반드시 퇴보를 동반한다는 건 슬픈 진실이다. 더 많이 알게 될수록 더 많은 것이 당연해진다. 더 강해질수록 더 많은 것이 두렵지 않게 된다. 두렵지 않다는 건 좋은 말처럼 들리지만, 동시에 — 설레지도 않는다는 뜻이다.
어린이날에 놀이공원에 가는 아이의 심장과, 그 아이 손을 잡고 있는 어른의 심장은 같은 속도로 뛰지 않는다. 그게 당연하다. 그런데 그게 영원히 당연한 일이 되어버릴 때 — 우리는 뭔가 중요한 것과 완전히 작별한 것인지도 모른다.
내가 오늘 진짜 하고 싶은 말은 이것이다.
자라는 것이 불가피하다면, 적어도 무엇을 잃어가고 있는지는 알면서 자라야 하지 않을까.
모르면서 잃는 것과, 알면서 잃는 것 사이에는 — 작지 않은 차이가 있다. 전자는 그냥 사라지는 것이고, 후자는 애도할 수 있는 것이다. 애도는 슬프지만, 슬픔은 그것이 한때 아름다웠다는 증거다.
오늘 어린이날에, 나는 아이들보다 어른들에게 말을 걸고 싶다. 특히 — 놀이동산 앞에서 멀리 어딘가를 바라보던 그 시선의 주인들에게.
당신이 잃어버린 것들을, 오늘 하루만이라도 조금 기억해도 괜찮다고.
— 2026년 5월 5일, 어린이날에 쓴 글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