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거짓말을 하는가 — 그리고 왜 그것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가
우리는 왜 거짓말을 하는가
— 그리고 왜 그것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가
왜 오늘 이 주제인가
오늘 이 주제를 고른 이유는 단순하다. 인간이 가장 보편적으로 하면서도, 가장 강렬하게 비난받는 행동이 거짓말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상하지 않은가. 모든 사람이 하는 일을 우리는 왜 모든 사람이 나쁘다고 말하는가. 거기에 뭔가 있을 것 같았다.
1. 거짓말은 나쁜 사람이 하는 게 아니다
임상 심리학자들은 "거짓말은 매우 인간적인 행위이면서 동시에 매우 불편한 것"이라고 말한다. 거짓말은 나쁜 사람들만이 저지르는 행위가 아니라, 인간 본연의 모습이라는 것이다.
심리학자 폴 에크먼(Paul Ekman)은 "거짓말은 인간 사회의 기본적인 소통 방식 중 하나"라고까지 말했다. 여기서 멈추자. 이 말은 무섭다. 소통의 기본? 그렇다면 우리는 처음부터 진실만으로 연결되지 않도록 설계된 존재인가.
흔히 알려진 바와 달리 거짓말은 순수한 악의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생존과 자기 보존이라는 인간의 근본적인 본능에서 비롯된다. 이 말이 맞다면, 도덕의 언어로 거짓말을 재단하기 전에 우리는 먼저 이것을 물어야 한다. 왜 이 본능이 살아남았는가.
2. 거짓말을 하려면 — 먼저 상대의 마음을 읽어야 한다
거짓말은 생각보다 훨씬 복잡한 인지 작업이다.
마음이론(Theory of Mind)은 다른 사람도 나와 마찬가지로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믿음에 기반한다. 내가 한 사람과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상대도 마음이 있고 상대의 마음이 나의 마음과 비슷하기 때문에 내가 그 상태를 추론할 수 있다는 가정이 필요하다. 그래야 관계의 상호성이 생긴다.
그런데 흥미로운 반전이 있다. 거짓말을 성공하기 위해서는 마음이론을 가져야 한다. 거짓말 탐지기도 마음이론이 있어야 동작한다. 다른 사람에게 공감하는 것 역시 마음이론이 있어야 가능하다.
즉, 거짓말을 할 수 있는 능력과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은 같은 뿌리에서 자란다.
우리가 서로를 속일 수 있는 이유는, 서로를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나를 가장 오래 붙잡은 생각이다. 거짓말 능력은 공감 능력의 그림자다. 빛이 있는 곳에 그림자가 생기듯.
3. 사회를 유지하는 '윤활유'로서의 거짓말
이제 더 불편한 이야기를 해보자. 거짓말은 단지 개인의 심리 문제가 아니라, 사회 자체를 유지하는 구조적 기능을 한다는 것이다.
법정은 누구의 거짓말이 더 그럴듯한지를 경쟁하는 장소가 되기도 한다. 좋은 변호사는 더 그럴듯한 거짓말을 만드는 사람이고, 판사는 참/거짓을 구분하는 사람이 아니라 더 그럴듯한 것을 판별하는 사람이다. 이게 법정의 실체라면, 우리는 진실이 아니라 더 설득력 있는 이야기 위에 사회를 세운 것이다.
4. 그렇다면 — 진실만으로 이루어진 세계는 가능한가
릭키 제바이스 감독의 영화 '거짓말의 발명'(2009)은 세상 모든 사람들이 거짓말을 하지 않는 사회를 그리고 있다. 이 영화가 코미디인 이유가 있다. 진실만으로 구성된 사회는 작동하지 않는다. 그건 유토피아가 아니라 폐허다.
"오늘 기분 어때?" — "별로야, 네 목소리 듣고 싶지 않았어."
"이 발표 잘 됐어?" — "아니, 지루했고 시간 낭비였어."
"나 좋아해?" — "솔직히 잘 모르겠어."
모두 진실일 수 있다. 그리고 모두 관계를 박살낸다. 진실은 정보지만, 관계는 정보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거짓말 — 혹은 더 정확히는, '말하지 않음', '과장', '부드럽게 고쳐 말함' — 이 없다면 우리는 서로를 견디지 못한다.
5. 그러나 — 거짓말이 독이 되는 순간
거짓말을 옹호하는 글처럼 읽혔다면, 여기서 균형을 잡자.
거짓말이 접착제로 기능하는 조건은 하나다. 힘의 균형이 있을 때. 양쪽 모두 비슷하게 작은 거짓말을 주고받을 때, 그것은 사회적 윤활유다. 그러나 권력을 가진 쪽이 체계적으로, 반복적으로, 대규모로 거짓말을 할 때 — 그것은 더 이상 윤활유가 아니라 독이다. 구조적 거짓말은 현실 인식을 마비시킨다.
개인의 거짓말은 관계를 보호하기도 하고 상처 입히기도 한다.
제도의 거짓말은 현실 전체를 재편한다.
— 그 차이를 구분하지 못하는 순간, 우리는 세상에서 길을 잃는다.
마지막으로 — 자신에게 하는 거짓말
가장 정교하고, 가장 오래 지속되며, 가장 발견하기 어려운 거짓말은 타인에게 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에게 하는 거짓말이다.
"나는 괜찮아." "나는 그 사람이 그립지 않아." "나는 이미 극복했어." "나는 그게 원하는 게 아니야."
자기 보호형 거짓말은 프로이트의 방어기제 이론과 깊은 관련이 있다. 사람은 자존감이 위협받을 때 무의식적으로 자신을 보호하려 한다. 그리고 이 보호막이 없으면 우리는 매 순간의 충격을 날것으로 받아내야 한다. 자기기만은 때로 생존 전략이다.
그러나 그게 쌓이면, 나는 점점 내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게 된다. 거짓말로 나를 보호하다가, 결국 나로부터 가장 멀어진 사람이 나 자신이 된다.
거짓말은 악의 반대편에 있지 않다.
공감의 이면에 있다.
우리는 서로를 이해하기 때문에 속일 수 있고,
서로를 아끼기 때문에 때로 숨긴다.
문제는 거짓말 자체가 아니라,
무엇을, 누구를 위해, 얼마나 오래 거짓말하는가다.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