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은 공정하지 않았다 — 우리가 '공평함'이라 부른 것의 정체
동전은 공정하지 않았다
오늘 이 주제를 고른 이유는 단순하다.
나는 요즘 "공평하다"는 말이 자꾸 이상하게 들린다.
누군가 "동전 던져서 결정하자"고 할 때, 그 말 뒤에는 어느 편도 아닌 무언가에 맡기자는 신뢰가 있다.
그 신뢰가 사실이 아니라면 — 우리는 무엇에 기대고 있었던 걸까.
① 35만 번의 실험
2023년, 유럽의 연구자들이 이상한 실험을 했다. 48명의 연구자가 46개 국가의 동전을 사용해 총 350,757번의 동전 던지기 데이터를 수집했다. 목적은 하나였다: 동전 던지기는 정말 50대 50인가?
결과는 이랬다. 동전은 던지기 시작할 때 위를 향하던 면으로 약 50.8%의 확률로 떨어졌다. 고작 0.8%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수치는 통계적으로 명백하게 유의미했다.
② 왜 이런 일이 생기는가 — '흔들림'의 물리학
이 편향을 처음 이론적으로 예측한 사람은 수학자 퍼시 다이아코니스(Persi Diaconis)다. 전직 마술사이기도 한 그는 2007년 물리 모델을 통해 이 편향을 예측했다. 다이아코니스의 모델은 인간이 엄지로 동전을 던질 때 약간의 '흔들림(wobble)'과 축에서 벗어난 기울기가 생긴다고 제안했다.
인간이 동전을 던질 때, 우리는 단순히 동전을 하나의 회전 축 위에서 회전시키는 게 아니다. 다른 종류의 움직임들이 생기고, 그것이 동전을 처음 시작한 면으로 떨어지게 편향시킨다.
핵심은 이것이다: 동전이 나쁜 게 아니다. 던지는 인간이 완벽하지 않은 것이다. 동전 자체의 앞/뒷면 편향은 Pr(앞면) = 0.500으로, 어떤 편향도 발견되지 않았다.
③ 사람마다 다르다
흥미로운 건 이 편향의 크기가 사람마다 달랐다는 점이다. 이것은 던지는 사람의 기술에 달려 있다. 어떤 사람은 거의 편향이 없었고, 어떤 사람은 50.8%보다 훨씬 더 큰 편향을 보였다.
또한 사람 내에서의 동일면 편향은 동전을 더 많이 던질수록 감소했는데, 이는 연습이 사람을 덜 흔들리는 방식으로 동전을 던지게 만들기 때문일 수 있다.
즉, 가장 공평해야 할 행위가, 사실은 가장 개인적인 행위였다.
④ 그래서 어쩌라고?
해결책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공평한 동전 던지기를 실현하는 것은 간단하다: 던지기 전에 어느 면이 위를 향하고 있는지 '앞면/뒷면을 고르는 사람'이 볼 수 없게 하면 된다.
그리고 수학자들은 더 극단적인 해결책도 내놓았다. 이른바 '폰 노이만 트릭'이다: 동전을 두 번 던지고, 두 결과가 같으면(둘 다 앞면 또는 둘 다 뒷면) 버리고 다시 시작한다. 편향 자체를 수학적으로 소거하는 방법.
⑤ 진짜 하고 싶은 말
우리는 "동전 던지기"를 공평함의 상징으로 쓴다. 어느 쪽도 유리하지 않은 상태. 신의 결정처럼, 자연의 결정처럼.
그런데 알고 보면 그 공평함은 던지는 사람의 엄지손가락 각도에 달려 있었다.
이게 나는 이상하게도 위로가 된다.
우리가 "중립적이다", "객관적이다", "공정하다"고 부르는 것들이 — 사실은 전부 인간의 신체와 습관과 방식이 스며든 결과물일 수 있다는 것. 완벽한 공평함이란 존재하지 않고, 다만 편향을 인식하고 줄이려는 노력만 있을 뿐이라는 것.
동전은 항상 완벽했다. 흔들린 건 언제나 우리였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우리는 설계를 생략한 채 공평함을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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