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 대폭락·오일 지정학·AI 재정의 삼각파도
8월 17~18일 이틀간 미국·유럽·일본 등 주요국 장기 국채금리가 일제히 수십 년 만의 최고치를 경신했다. 미국 30년물 국채금리는 2007년 이후 처음으로 5.33%를 넘겼고, 일본 10년물은 1996년 이후 처음으로 30년 만의 고점을 찍었다. 직접적 도화선은 미·이란 60일 휴전 협정이 합의 없이 만료된 것으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 장기화 우려가 유가를 90달러대로 밀어 올리며 인플레 공포를 재점화했다. 여기에 알파벳·MS·아마존·메타 등 빅테크가 AI 인프라에 연간 2,000억 달러 이상의 회사채를 쏟아내며 채권 공급 과잉까지 겹쳤다. 미국 연방부채가 40조 달러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금리가 오르면 이자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재정 악순환이 심화된다.
이란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 통과 물량이 제한되면서 사우디아라비아와 UAE가 일본·한국의 저장 시설을 대폭 확대하는 행보에 나서고 있다. UAE 국영 아부다비국영석유공사(ADNOC)는 한국에 최대 2,400만 배럴의 원유 공급·비축 협정을 체결했으며, 사우디아라비아도 한국 및 오키나와 비축 시설 추가 확장을 논의 중이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하지 않고 아시아 시장에 원유를 공급할 수 있는 '우회 수출거점' 확보가 핵심 전략이다. 이 구조에서 저장 공간을 제공하는 국가는 유사시 해당 원유에 우선 접근권을 얻는 호혜 조건을 누린다. 중국·인도·일본·한국이 걸프 산유국 수출의 75%를 흡수하는 만큼, 한국의 에너지 공급망 내 전략적 위상이 상승하고 있다.
미국 의회예산처(CBO)는 2026회계연도 재정적자가 2조 1,0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으며, 연방부채는 GDP의 100%를 넘어섰다. 예일대 버짓랩 분석에 따르면 AI 고성장 시나리오(연간 GDP 성장률 3.3%)에서도 2030년 세수 증가분은 2,160억 달러에 불과해 적자의 10분의 1 수준에 그친다. 핵심 이유는 세율 구조에 있다. AI가 노동소득(최고세율 37%)을 자본소득(법인세 21%, 자본이득세 23.8%)으로 대체할수록 정부 세수 증가 효과가 희석된다. AI 투자에 따른 빅테크의 대규모 회사채 발행은 오히려 채권시장 공급 과잉을 가속화해 금리를 올리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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